부모님 생신을 맞아 분당에 있는 소고기 오마카세를 찾아보다가 소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마카세가 스시를 주는 곳은 많지만 소고기가 나오는 가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소작은 와규 오마카세 가게로 야탑과 보정 두 지점이 있습니다. 사실 야탑 지점만 있는 줄 알고 예약이 다 차서 실망을 하고 있던 찰나에 보정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야탑 지점은 한 달 전에 예약하려고 했는데도 이미 예약이 다 찼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보정동 카페거리 쪽에 위치한 소작 보정점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오히려 좋았던 게 야탑 지점은 인당 65,000원인 반면에 보정점은 60,000원이더라고요. 아마 나오는 요리가 달라서 가격도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오마카세 가게 대비 저렴하면서도 구성이 알차서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부모님 두분 모두 오마카세를 처음 드셔 보시는데 너무나도 만족하셨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좋고 연인이나 친구끼리 가기에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 조용해서 사적인 얘기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소개팅 장소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마카세 소작 보정점
위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죽전로 15번 길 12-10 1층
영업시간: 1부 18:00 ~ 19:30 / 20:00 ~ 마감(23:00)
전화번호: 0507-1331-9716
'캐치테이블' 어플로 한 달 전쯤 예약을 미리 해뒀습니다. 예약금은 인당 2만 원으로 현장에 가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가게 앞 쪽에 주차할 자리가 두 군데 정도 있는데, 여기가 비어있으면 주차하시면 됩니다. 남아있는 자리가 없으면 근처 공용주차장을 이용하셔야 하는데 공용주차장도 자리가 여유롭지 않아 미리 오시는 게 좋습니다. 주차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미리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예약시간보다 미리 도착했다면 가게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부터 식사를 준비해주십니다.
한타임에 4~6팀 정도만 예약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게가 작은 편입니다. 그래서 예약이 그렇게 힘든가 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2명, 2명, 3명 ,4명으로 총 11명 4팀이 있었습니다. 다 다른 시간에 도착해서 셰프님께서 요리에 대한 설명을 각 팀별로 4번씩 돌아가면서 하시더라고요.
가게 안에 옷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도 있습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었습니다. 가게 안은 춥지 않아 옷을 벗고 먹었습니다.
오마카세는 1인당 60,000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구성이 알차고 맛있었습니다. 술은 안 시켰지만 다른 분들 보니까 일품진로나 화요를 많이 드셨습니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셋팅이 되어있습니다. 소금과 파김치, 피클, 고추냉이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물은 보리차 같았습니다.
고기를 굽기 전에 저렇게 이쁘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고기를 보여주시면서 각자 부위를 알려주십니다. 위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등심, 안창살, 치마살, 부챗살입니다. 애피타이저를 주시는 동안 고기는 구워서 오른쪽 사진에 있는 솥단지에 담아둡니다. 아마 고기가 식지 않으면서도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저기에 잠깐 보관해두는 것 같았습니다.
구성
에피타이저: 연근튀김과 꿀키리모찌 - 단호박 타락죽(with 허브오일) - 와인 닭다리 찜(코코뱅)
메인: 등심과 메시드 포테이토, 안창살과 트러플 딕셀 - 치마살과 라따뚜이 - 부챗살과 참나물, 고추 페스토
맨 처음 나온 키리모찌와 연근튀김으로 입맛을 돋아줬습니다. 모찌튀김에는 꿀이 얹어져 있어 달달하면서 조 쫀득했습니다. 같이 나온 연근튀김이 꿀의 단맛을 잡아주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마무리되어 깔끔했습니다.
단호박 타락죽에는 아주 작은 쌀 알갱이들이 씹혔고 위에 뿌려진 허브오일이 독특했습니다. 단호박죽의 살짝 텁텁한 맛을 향긋항 허브로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와인에 졸인 닭다리와 양배추와 양송이 피클, 카레향의 칩이 같이 나왔습니다. 닭다리는 하나도 안 질기고 굉장히 부드러워서 발라먹기가 쉬웠습니다. 살이 쏙 발라져 나와 먹기 좋았고, 상큼한 피클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고기랑 같이 곁들여서 먹을 배추 겉절이! 고기를 먹다가 물리지 않도록 상큼하면서도 살짝 매콤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살치살과 메쉬드 포테이토, 구운 마늘종이 같이 나옵니다. 메쉬드 포테이토는 살짝 달달하니 고기랑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소금이나 고추냉이랑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살짝 미듐 레어 정도로 구워져 질기지 않고 엄청나게 부드러웠습니다.
안창살과 트러플 딕셀(버섯을 갈아 만든 필링), 구운 꽈리고추와 아스파라거스가 같이 나왔습니다. 트러플 딕셀은 트러플 향이 나면서 고소했는데 살짝은 느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기랑 꽈리고추랑 다 같이 먹으니까 괜찮더라고요. 고추냉이도 느끼한 맛을 잡아주지만 트러플 향 마저 묻혀버리기 때문에 같이 나온 아스파라거스나 꽈리고추랑 같이 드려보세요.
치마살과 라따뚜이가 나왔습니다. 고추장 베이스의 라따뚜이로 호박, 버섯, 양파가 고추장 소스에 버무려져 나왔습니다. 옆에 같이 있는 소스는 비지찌개 느낌도 났는데 달아서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마살은 고추냉이와 파김치랑 먹었습니다.
마지막 메인 요리로 부챗살과 참나물, 고추로 만든 페스토가 같이 나왔습니다. 참나물의 산뜻하면서도 살짝 풍기는 풀내음이 고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구운 표고버섯은 식감도 그렇고 향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와규로 만든 떡갈비와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과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같이 나온 겨자 마늘은 향이 강하지 않아 양념된 떡갈비랑 같이 먹으니까 잘 어울리더라고요. 양념된 쪽파는 살짝 상큼한 맛도 느껴져 느끼함을 잡아줬습니다.
쌀밥도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찰기가 느껴졌습니다. 소고기 뭇국에 있는 소고기와 무는 잇몸으로 씹어도 될 정도로 굉장히 부드러웠습니다. 국은 심심하니 양념이 덜 된 것 같아 소금을 넣어 먹기는 했지만 얼큰하니 먹을만했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커피 아이스크림은 직접 만드셨다고 했는데 커피 향이 굉장히 진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젤라토처럼 살짝 쫀득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고기가 모두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6만 원으로 이 정도 퀄리티를 즐길 수 있는 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완벽했습니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허기만 채울 정도로 간단하게 나오나 보다 생각하셨는데 다 먹고 다니까 엄청 배불러하시더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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